[정년퇴임의 변] 김영치 교수(경영)
[정년퇴임의 변] 김영치 교수(경영)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9.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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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합리적 운영, 구성원들의 관료주의 극복, 공유가치의 개발 촉구
삼십년에 가까운 세월을 한마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오다가 이제 정든 '월영대 언덕'을 떠나게 되었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개교 60년사의 절반도 못되는 기간을 경남대학교와 함께 했지만, 대학의 중요한 도약의 시기에 그리고 내 인생의 절정기에 '세기의 빛을 받은 진리의 전당'에 몸담았다는 사실에 나는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내가 부임하던 70년대 말에 재학생 4천명에 교수 80명의 소규모 대학이 이제 명실상부한 명문사학으로서의 양과 질을 두루 갖추게 된 것은 저절로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

물론 대학당국의 탁월한 리더십을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손꼽아야 하겠지만,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국내 모든 대학들이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들을 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구조조정으로 소속 학과가 없어지게 되어 찾아갈 곳이 불확실해진 교수들의 심정이 어떻겠으며, 학과의 정체성을 잃게 된 학생들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그러나 나는 경남대학교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70∼80년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엄청난 시련에 직면했던 우리 대학이 오늘의 빛나는 성과를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대외적으로는 대학을 송두리째 가로채려는 세력에 맞서야 했고, 내부적으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날뛰던 인민군치하의 악질 부역자들 같이 행동하던 무리들과 맞서야 했던 80년대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성공의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나는 교수로서 눈에 띄는 발자취를 남기지 못해 후배교수들과 제자들에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대과없이 정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마가족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경남대학교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고마움, 그리고 긍지와 자부심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경상관과 중앙도서관이 들어서기도 전에 간이변소 옆에 서 있던 조그만 오동나무가 이제(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드리 거목이 되었다. 한마가족이라면 누구나 이른 봄에 벚꽃, 목련, 영산홍으로 꽃단장을 한 환상의 월영캠퍼스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연구실 앞에 서 있는 멋없는 오동나무를 사랑한다.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고 잎들이 찢어져 만신창이가 되었던 나무가 힘차게 재생하는 모습을 연구실 창 너머로 보면서 우리 대학의 상징물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또 겨울이 오면 디지털시대에 걸맞지 않는 연통 달린 석유난로를 피우고, 여름엔 선풍기를 틀어도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던 경상관의 연구실을 사랑한다. 나의 강의와 연구활동의 활력을 재생시키는 본거지가 되어 준 연구실에 애착과 정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제 강의실과 연구실에 냉난방 시설이 갖추어져 더위와 추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컴퓨터도 최신형으로 교체되어 의욕적으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해 볼만한 때가 되니까 정년퇴직을 하게 되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어느 선배교수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전 교직원, 친인척, 외부인사들, 졸업한 제자들이 참석한 성대한 식장이었다. 주인공이 퇴임사를 할 차례가 되자 식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웅변조로 "저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총장께서도 축사를 하시면서 자신의 은사이신 미국의 어느 교수가 퇴임 후에 더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년퇴임은 한 커리어를 매듭짓는 것이다. 더욱더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열정도, 여건도 마련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저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반추해 보며, 후배나 제자들의 빛나는 업적에 찬사를 보내고, "나 같이 되지 말라"고 충고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고작 아니겠는가? 대학의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한마가족 여러분들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씀을 드리면서 퇴임의 변을 마칠까 한다.

첫째, 대학의 합리적 운영을 촉구한다. 이제는 대학도 효율성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고, 사회로부터 신뢰 받는 대학경영이 되어야한다.

둘째, 대학의 선결적 경영을 촉구한다. 위기가 닥친 후에 반응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닥쳐올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전문지식과 경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구성원들의 관료주의 극복을 촉구한다. 상관의 지시나 규정을 내세워 방학 동안에 일주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신고하는 교수에게 8쪽에 달하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내라고 떼를 쓰는 보직자는 어느 조직에서나 문제의 근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도 전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공유가치의 개발을 촉구한다. 우수조직들은 다 조직특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직의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에 동조하고, 비전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공유가치가 있어야 한다.

끝으로 경남대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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